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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픽(OPIC) AL 시험 후기 - 독학, 벼락치기

SeongOnion 2021. 9. 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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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지원하고 싶은 회사의 지원자격 중 영어 말하기 공인시험 점수가 있었다. 

 

토익 스피킹과 오픽 중 하나로 제출이 가능했는데, 토익 스피킹은 스크립트를 달달 외우는 시험이라고 해서 쿨하게 버리고 오픽으로 보기로 했다.

 

사실, 오픽 시험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 생활 중 특별 외박 받으려고 공부해서 응시해본 적이 있었고, 당시에는 IH가 나왔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는 AL이 나와서 약간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여튼 특별 외박을 받긴 했었다.

 

이번 시험은 왜 갑자기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정말 급발진해서 시험 일주일 전에 신청했다.

 

심지어 채용 공고가 나오기도 전이어서 좀 천천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법한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뭐에 홀렸었나보다.

 

아찔했던 건 시험을 본 직후 채용 공고가 떴는데, 서류접수 마감일이 오늘(9월 13일)까지였고, 오픽 결과 발표는 어제(9월 12일)였다.

 

진짜 조금만 늦었어도 서류 접수도 못할 뻔 했다 ^_^

 

시험 준비 과정

이래봬도 영어 전공자에다가 오픽도 응시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신청할때까지만 해도 엄청엄청 방심했다.

 

하지만, 예전 시험칠 때 샀던 책을 다시 펴고 가장 만만해 보이는 질문에 혼자 대답해보려 하자 입이 도저히 떨어지질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은 한국어로 머리 속에 맴도는데 도저히 영어로 바뀌질 않았고, 얼마 동안은 "~가 영어로 뭐지?" 하면서 구글 번역기를 들락거렸다.

 

결국 유튜브에 도움을 요청했고, 유용한 채널 두개를 발견했다.

https://www.youtube.com/c/opicnojam

 

오픽노잼 opicnojam

1. 유튜브 무료 영상 ▶▶ 공짜가 제일 좋아! 2. "오픽노잼" 책 ▶▶ 유튜브 영상이 너무 많아 뭐부터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 [책 기획 의도] 공부하기 쉽게, 편하게 유튜브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www.youtube.com

https://www.youtube.com/channel/UCAvvhAd49J6pMYmqkTclQQg

 

여우강사 최나영

스타강사 최나영쌤의 영어 강의 채널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영어회화, 오픽 등의 강의를 계속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www.youtube.com

 

알고보니 오픽을 준비하는 사람들한테는 국룰인 조합이더라.

 

오픽노잼을 보면서 디테일을 잡아가고, 여우오픽 모의고사로 실전 연습을 했다.

 

1.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할까?

오픽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영어 실력을 떠나서 도대체 이건 뭘 묻는건가 싶은 질문이 많다 (날씨 얘기, 재활용 얘기 등등..).

 

물론 질문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지만, 대답은 설명기분. 이 두가지를 말하는 것으로 초점을 잡았다.

 

예컨대,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날씨는 어때?" 라는 질문이 나오면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 요즘은 되게 더워. 그래서 짜증나. 왜냐하면 난 더위를 잘타거든" 이라던지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 근데 요즘은 봄이랑 가을이 없어지는 것 같아. 그래서 아쉬워. 왜냐하면 난 봄과 가을을 제일 좋아하거든"처럼 구성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게 하되, 담고자 하는 말들은 담는 방식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특히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야기를 끝맺음하기도 정말 좋다. 그냥 "얼른 여름이 끝나면 좋겠어"나 "봄과 가을만 있는 나라에서 살면 좋겠어"와 같이 자신의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레 대답을 마무리할 수 있다.

 

2. 필러(Filler)의 중요성

오픽노잼을 비롯한 오픽 강의에서는 필러의 중요성을 엄청나게 강조한다. 

 

대답할 말이 생각 안나더라도 정적을 흘려보내기 보다는 무슨 말이든 하는게 정말 중요하다.

 

나도 영어로 말할 때 "you know"라는 말을 거의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하고 싶은 말이 생각 안나도 "This is...(정적)...an apple"이라고 하는 것보다 "This is.. you know? an apple" 이라고 하는게 훨씬 자연스럽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다.

 

물론, 필러를 절대로 단어 외우듯 외우진 말자.

 

자연스러운 발화를 위한 스킬이 오히려 외운 티가 나면 부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한다.

 

할 말이 떠올라도 괜히 외워놓은 필러를 써먹고 싶어서 의미없이 쓰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 답에 대한 집중력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최대한 쉬운, 딱 떠오를 것 같은 몇 가지 말만 연습해서 써먹도록하자.

 

나 같은 경우는 "Where to begin?"이랑 "How can I explain?" 정도만 연습해서 갔던 것 같다. 오픽노잼에서 많이 알려주니 참고하자.

 

그리고 뭔가 고민할 때 절대로 "어..." 하지 말자.

 

나도 마찬가지고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 말하기를 할 때 습관적으로 "어..."라는 말을 붙이면서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매우 부자연스럽다고 하니 "어.." 보다는 "well..."로 바꿀 수 있도록 하자.

 

3. 스크립트를 버리자

오픽 시험장에 가서 시험용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오픽은 "unrehearsed speaking ability"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라는 안내문구를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오픽에서의 가장 큰 감점 요인은 "외운 티가 나는 답변"인 것 같다.

 

물론 영어 말하기가 아직 서툰 분들에게는 대략적인 가이드를 잡기 위해서라도 스크립트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만약 IH 혹은 AL 정도의 높은 점수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크립트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비추천한다.

 

어떻게 답해야할지 모르겠는 질문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필러만 몇 십초 쓰다가 잘 모르겠다고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게 나을 수도 있다.

 

Background Survey?

https://www.youtube.com/channel/UCrtLGKxDsc9_Z2m6A195qtA

 

백그라운드 서베이 팁은 그냥 이 분 채널 참고하자. 정리 진짜 짱 잘됨.

 

준비물

 

오픽은 한 회에 응시비가 78100원으로 영어 말하기 시험답게 몹시 사악하다.

 

나는 아직 대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할인된 가격으로 응시 가능한 대학연합 오픽을 봤다. 물론 이것도 비쌈 66000원임.

 

https://univ.opic.or.kr/opicb2b/showMainView

 

OPIc

 

univ.opic.or.kr

대학 연합 오픽에 응시하기 위해선 시험 당일날 신분증과 재학증명서를 반드시 지참하여야한다.

 

강조하고자 두 번 말한다. 재학증명서 무조건 가져가야한다.

 

실제로 내가 시험 본 날에도 입장줄 내 뒤에 서계신 분이 대학 연합 오픽임에도 재학증명서를 챙겨오지 않아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집에 돌아가셨다.

 

모바일로 보여드리면 안되냐는 말에 단호히 안된다고 말하시던 감독관님 목소리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픽 책도 있긴 했지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집에 두고 말 그대로 신분증이랑 재학증명서만 가방에 딸랑 넣고 시험을 치러 갔다.

 

대학연합 오픽과 일반 오픽 사이에 차이나 불이익이 존재하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내가 조사한 바로는 차이가 전혀 없다.

 

그러니 대학생이라면 그 돈 잘 아껴서 시험 끝나고 맛있는 밥이나 사먹자.

 

시험 복기

시험은 Opic 역삼교육센터에서 봤다. 10시 시험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건물 앞 벤치에 앉아서 유튜브로 여우오픽 모의고사 풀었다.

 

사실 문제를 풀려기보다는 입이랑 뇌를 푸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시험 시간이 되어 입실하였고, 헤드셋 세팅이랑 Background Survey를 진행했다.

 

Self-assessment에서는 제일 높은 6 난이도를 선택했고, 두 번째 선택에서도 더 높은 난이도 달라고 선택했다.

 

사실 좀 불안하긴 했는데 그냥 못먹어도 고 느낌으로 질렀다. 생각보다 문제가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질문

 

솔직히 모든 질문이 기억에 나진 않고, 어디까지나 내 경험인데 이걸 일일이 적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는다.

 

좀 기억에 남는 것만 간추려서 적겠다.

 

1. 가구 콤보

 

집에서 무슨 가구를 가장 좋아하는지,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와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 가구가 고장나거나 부서진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잘 대답했는데, 세 번째는 좀 웃긴 실수를 했다.

 

어릴 때 쓰던 책상에 유리가 깔려 있었는데, 뜨거운 컵을 그 위에 올려두고 공부하다 유리가 깨져서 이참에 더 큰 새로운 책상을 샀다고 답했다. (물론 즉흥적으로 지어낸 얘기이긴하다. 그래도 유리 깔려 있던건 True)

 

책상이 부서진 것도 아니고 위에 깔린 유리가 깨진건데 왜 책상을 바꾼건진 모르겠지만 여튼 약간 아무말's 였고 시험 끝난 후 생각해보니 유리를 glass라고 안하고 mirror라고 했다.

 

mirror가 아니라 horror라고 했으면 실수한게 너무 티났겠지만, 다행히 그렇게 티가 나진 않았나보다. 거울 깔려 있을수도 있지 뭐

 

2. 은행 콤보

 

우리나라의 은행에 대해 설명해달라, 예전과 비교해 은행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해달라, 다른 나라와 당신의 나라의 은행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달라, 은행에서 겪은 어떤 문제를 겪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묻는 질문이 각각 나왔다.

 

이 질문 역시 첫 번째랑 두 번째 질문은 그럭저럭 대답했지만, 세 번째 질문에서 말문이 막혔다.

 

나는 외국에서 단 한 번도 은행을 가본적이 없다. 그리고 외국이라고 뭐가 많이 다른가?

 

"Let me take my time to think about it" 하면서 조금 시간을 끌다가, 외국이라고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짧게 답변한 후 그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지금 와서 생각하지만, 괜히 어설프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맞는 결정이었던 것 같다.

 

3. 15번 질문

 

가장 어렵다는 15번 질문에 housing 주제가 나왔다. 

 

오픽에서 난이도를 6으로 설정하면 15번 문제에 issue를 묻는 질문이 나오고, 이게 엄청 어렵다고 해서 긴장을 좀 했는데, 다행히 모의고사 풀 때 나왔던 문제라 그 때 생각했던 답변을 그대로 얘기할 수 있었다.

 

한국의 집 값이 정말 많이 올랐고 이것 때문에 많은 젊은 사람들이 평생 집을 못살까봐 걱정한다. 나도 그러한 사람 중 젊은 사람 중 하나로써 이 문제가 굉장히 걱정되고, 빨리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느낀 점

오픽 시험볼 때 나오는 Ava

오픽은 역시 대답 내용 자체보다는 어떻게 말하는지를 가장 큰 채점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

 

Ava랑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레 답변하면 좋은 점수가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