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나 친구들이 23년을 보내며 회고록을 작성하는 것을 봤다.
그들의 자랑스러운 한 해 성취나 노력들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내가 한 해동안 이룬 것들은 무언가 초라해보여 쓸까말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가 인프런의 많은 회고록들을 읽고 자극을 받아서 그래 뭐 회고록이 별거냐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쓰게 됐다.
일에 대한 회고
기술적 과제
재작년(22년) 5월에 성공적으로 취준생 신분을 졸업하고, 23년 한 해는 온보딩이라던가 회사 적응이라던가 하는 깍두기 어드벤티지 하나 없이 팀에서 온전히 1인분을 하기 위해 노력한 해였다.
돌아보면 1년 간 내 연차에 비해 굉장히 다양한 과제들을 맞닥뜨렸고, 감사하게도 그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나름 주도적인 역할로 참여하며 동시에 좋은 동료들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성과로 따지면 확실하게 떠오르는 것은 한 가지로, 뿌리깊은 레거시 코드를 Java + Spring Boot 기반의 프로젝트로 마이그레이션하는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료 개발자분들과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전반적인 시스템 및 코드 아키텍쳐들을 정립해나갔고, 저수준의 코드 레벨단까지 공격적으로 까보면서 서버 성능 및 메모리 최적화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바 Mail API의 특정 클래스의 문제점을 찾아내어 컨트리뷰트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모바일 앱에서만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올해 정식으로 웹에서 오픈하면 본격적으로 트래픽을 받기 시작할 것이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끈질기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좋은 개발 문화 분위기 만들기
단순 기술뿐 아니라, 사내에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회사는 나름 연혁이 오래되긴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런지 흔히 말하는 개발 문화가 아직까진 그리 성숙하진 못하다.
하지만 다행히 적절한 문서화, 낮은 장벽의 코드 리뷰, 개발 세미나 등을 통한 개발 문화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함께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셨고, 그 분들과 함께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나 코드 리뷰를 정말정말 적극적으로 했다.
기존에 코드 리뷰가 무언가 윗사람한테 코드를 검사받는 느낌인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고(사실 대부분은 깊은 리뷰없이 Approve를 누르고 끝난다),
동기 및 사수분이나 새로 입사하신 분들께 코드 검수뿐 아니라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 답하는 관점으로 많은 코드 리뷰를 남겼다.
코드 리뷰를 단순히 실수를 탐지하는 수준이 아닌 개발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던 것 같다.
물론 아직 너무도 많이 부족하지만, 나를 비롯해 분위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이 좋은 개발 문화 정착의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신뢰자본
올 한 해동안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믿음과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것은 일을 하는 동안에 나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항상 마음 속에 있던 1순위 목표 중 하나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되기였는데 주변 분들이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 기쁜 마음이 컸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신뢰자본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주변에 계셨던 너무나도 훌륭한 동료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제는 이직을 하셨지만, 작년 내내 바로 옆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던 동료분으로부터 데이터와 문서,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자신의 의견에 대해 주변인들을 설득시키는 모습을 보고 어깨너머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또 함께 의견을 나누다보니 그러한 설득 과정에 나도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결국엔 그 분의 후광효과 덕에 내가 원래 얻었어야할 것보다 더 많은 신뢰자본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마 블로그 글을 보실 것 같긴한데, 다시 한 번 무한 감사드려요 🙇
인생 취미
23년이 유독 풍족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 개발을 제외한 다른 취미를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맨날 일하고 먹고 자고 하다보니 5~6월쯤부터 역류성 식도염이 살짝 도졌고, 반복되는 회사 - 집 루틴에서 약간은 삶이 무미건조하다고 느꼈던 시기가 있었다.
운동을 하나 해볼까하며 할만한 걸 찾아보다가 (여름 + 더위 잘 타는 편)의 조합으로 수영을 시작하게 됐다.
8월에 시작하고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 주 4번(2회 강습 + 2회 자유수영)씩 수영을 하러 갔었다.
나름 재능도 있었던건지 6개월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자-배-평-접 모든 영법을 익힐 수 있었고 강사님한테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
물이 좋아지다보니 유독 이번 여름엔 바다도 많이 놀러갔고, 갈 때마다 물개처럼 잘 놀고 왔다.
최근엔 사내에 직접 수영 동호회까지 만들면서 회사 사람들한테도 수영 덕후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사실 주변사람들한텐 수영 얘기를 하도 많이해서 이미 다 알고 있다)
앞으로 평생 나와 함께 할 취미를 찾은 것 같아서 든든하다. 내년엔 대회에도 꼭 나가봐야지.
그냥 하는 것
23년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해이지만, 동시에 아쉬운 점도 많았다.
특히나 업무 및 공부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시의적절하게 기록되지 못해 휘발성으로 날아가버린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블로그도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 정도로만 올렸던데.. 새해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기록해봐야겠다.
기록 뿐 아니라, 적절한 밸런스의 루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인프콘에서 김영한님 발표를 보면서 열정이 계속 타오르는 것을 기대하기보단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그냥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열심히"도 "잘"도 아닌 "그냥 하는 것"이다.
그렇다. 올해 목표는 그냥 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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