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돌아왔다 회고
이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솔직한 마음으론 어디까지나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기위한 개발 블로그였지만 요즘엔 그냥 내 공간 중 하나같다.
그만큼 글이 쉽고 가볍게 잘 써진다. (너무 가벼워서 잘 안써지고 날아가긴함)
작년까지만 해도 회고를 쓰는 스스로가 뭔가 유난스러워보였는데 그건 아마 이런 글은 그 해 무언가 이루거나 잘해낸 사람들이나 쓰는거라는 일종의 자격지심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던 듯 싶다.
지금은 그냥 작년에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유난스러워서 부끄럽다. 올해는 가볍게 가볍게 ~_~
1. 회사 얘기
이직
올해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였다. 2년 반 가까이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다.
기존 회사가 신사옥을 지으면서 판교에서 과천으로 이전하는데 도저히 과천으로 출퇴근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회사에서 나름 중요하고도 다양한 일을 맡으며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이제는 조금 더 다른 경험을 쌓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회사 네임밸류를 조금 더 높였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마음 속에 있던 몇몇 회사 후보들의 채용공고를 열심히 훑어보고 다녔다.
개발자 채용시장이 불황이라곤 하는데 그래도 내 연차에 쓸만한 곳이 아예 없진 않았던 것 같다.
코테랑 과제도 몇 번 보고 면접도 몇 번 본 끝에 한 군데 합격. 회사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긴 채용과정을 밟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면접 몇 번 보면서 스스로의 객관적인 위치도 좀 판단됐고 경력직 면접이 어떤 느낌인지도 대략적으로 감을 잡았다.
사실 정말 원했던 곳을 분위기도, 방법도 잘 몰랐던 이직 준비 초반에 면접까지 올라가 떨어져서 아쉬운 마음도 있다.
지금 보면 더 나았을텐데하는 그런 마음. 이것도 다 과정이다.
3할 타자면 잘하는거야
회사 문화인지 모르겠지만 이직을 하고 나서 너무나도 과분한 환영을 받았다.
첫 PR을 올릴때도, 첫 운영배포를 할 때도, 첫 위클리 회의를 할 때도 팀원들뿐 아니라 서버개발팀 모든 분들로부터 뭔지 모를 축하와 환영을 받아서 송구스럽기도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특히 별 것 아닌 수습기간을 통과했을 때 팀원분들이 한 마음으로 축하해주셨는데, 그 중 한 분이 남겨주신 글에 남 몰래 크게 감동받았다.
그러나 열렬한 환영과는 다르게 이직을 하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단 업무적으로 적응하는데 꽤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이전 회사와 다르게 이직 후 팀에서 나이도 경력도 가장 막내였고, 무엇보다 도메인 지식이 매우 중요한 회사였기에 확실히 이전보단 나의 목소리가 잘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아니었다.
일이 비교적 많았던 이전 직장과 비교해 오히려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좀 심했던 것 같다.
동시에 산전수전 다 겪으신 시니어분들과 작업을 함께하며 직업적인 가치관도 많이 흔들렸다.
개발자로써 그간 중요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사실은 회사의 사업적 관점에선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앞으로 무엇을 중심에 두고 일해야하는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시니어분들의 의견이 매우 합당하게 들렸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이직 이후 복지나 환경, 대우, 급여 모두 이전보다 더 나아졌지만 만족보단 불만이 더 쌓여가면서 함께 일하는(현재 회사로 나를 추천해준) 친구에게 많이 징징거렸던 것도 같다. (미안함 반과 고마움 반이다)
이러한 고민은 이직 시기인 9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유효한데, 불만만 많아지는 나에게 평소에 매우 애청하던 빠더너스 유튜브를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특히 연말에 팀 내부적으로 가졌던 회고 시간에서 유사한 고민을 얘기했을 때, 이미 많은 부분에서 기여해주고 있다고 너무 부담갖지 않아도 된다는 팀장님의 얘기를 듣곤 괜시리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잘 못하고 있는 것, 잘 안되고 있는 것만 보면서 스스로 너무 자책하지 말자.
잘하고 있는 것도 충분히 많고,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다.
2. 이사
올해 두 번째로 큰 이벤트였다.
사실 이전 회사를 다닐때도 자취에 대한 욕망이 넘쳐흘렀었는데 사옥 이전 이슈 때문에 쉽사리 방을 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내 귀찮음도 큰 이유였다)
이직 후 근무지는 다시 판교로 확정되었고 결정적으로 누나가 자취를 하겠다 선언하고 집까지 구해버렸다.
솔직히 당장은 안나가도 별 상관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누나의 자취 소식 때문에 갑자기 나까지 불타서 바로 다음 주에 가계약까지 마쳐버렸다.
어차피 오래 살아봤자 일단 1년만 살 생각이어서 자잘구리한 것 크게 고민 안하고 평소에 눈여겨봤던 상현역 근처에 월세방을 계약했다.
조용하고 싶을 때 조용하고 시끄럽고 싶을 때 시끄러울 수 있다는게 자취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물론 나가는 돈을 보면 그렇게 오래는 할게 못된다는 생각도 든다.. ㅎㅎ
그래도 1년간 격렬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더 잘 즐겨야겠다고 다시 또 다짐해본다.
3. 일상
취미
작년(2023년)에 시작했던 수영을 올해도 꾸준히 다녔고, 전 회사 사람들과 함께 수영 대회도 참여했었다.
다른 사람들과 그렇게까지 명백한 경쟁이란 걸 했던 것이 초등학교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만큼 출발 직전 심장이 쿵쾅거리는 느낌이 긴장도 되면서 정말 반가웠던 것 같다. 다 크고 나선 그런 걸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
자유형과 평영 두 종목에 참여했었는데, 평영에서 럭키 은메달을 땄다.
완주 기록이 몇 초인지, 함께 시합에 참여했던 다른 경쟁자들은 어땠는지는 당연히 비밀이다.
11월에 이사를 하고 나서는 본의아니게 수영을 2달 넘게 쉬고 있다 흑흑.
수영을 대신할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려 집 근처 주짓수 도장에서 체험 수업을 듣기도 했는데, 역시 수영만큼 잘 맞진 않는 것 같다.
조금 멀긴해도 수영을 계속 다녀야할지,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을지 이건 쪼금 더 서둘리 고민을 해봐야겠다.
운동을 안하는 사이에 살이 막 찌고 있는 게 느껴진다.
즐겨들은 것
올해 본인 선정 최고의 가수를 뽑으라면 단연코 언니네 이발관이다.
사실 올해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이미 은퇴를 선언해버린 밴드를 지금에 와서 푹 빠져있는 것이 참 평소처럼 뒷북치는 것 같다 싶긴하다.
자주 들어도 덜 피곤하고 무엇보다 가사를 곱씹는 맛이 있어서 내 취향상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명반으로 손꼽히는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를 제작할 당시 촬영한 녹음스케치가 유튜브에 남아있는데, 제작 과정의 날 것과 치열함, 완벽주의 같은 것이 느껴져서 볼때마다 저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나가고 싶다는 무언가 이상한 동기부여를 받게 되기도 한다.
집에서 혼술할 때 틀어놓는 영상 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곡 두 곡 정도만 남기고 간닷.
물론 이것은 검정치마가 새로운 앨범을 내자마자 달라질 수 있다.
일단 2월에 있을 콘서트부터..
4. 2025년은
2025년. 쓰는 것도 아직 좀 어색하다.
조금 더 어렸을때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헬스장 이용권을 끊듯 오래 가지못할 거창한 목표들을 나열해두고 지키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에휴 그럼 그렇지 했었는데, 요즘엔 오히려 거창한 목표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됐다.
올해의 목표도 작년과 크게 다를 것 없다. 생각 많이하지 말기, 그냥 하기. 대신에 조금은 더 세련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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